낙산사 이야기
내 짝꿍과 속초-양양 이 쪽을 4번 정도 다녀온 거 같은데 한 번 빼고 다 즉흥이었다.
심지어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의 어색함이 맴돌고 몸살이 났을 때도 냅다 속초로 차를 몰더라.
그렇게 눈치가 없던 친구였지만 지금은 눈치가 있어도 갑분 속초다.
2024년 01월 01일 새해 첫날 낙산사로 향했다.
일출 같은 거 못 본다. 자야 된다.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날씨가 좀 흐려서 그렇게 막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왜 하필 낙산사인지는 모르겠다. 짝꿍은 무교, 나는 기독교.
열심히 종교 생활을 하거나 우리가 종교를 따지지는 않지만 왜 굳이 낙산사를 골랐을까.
절 입구에 호떡을 파는 트럭이 있었다.
"서울에서 호떡 파는 거 보기 힘들지 않아?"
"맞아. 우리 이따가 나오면서 사 먹자."
라고 했지만 나올 때 다른 길로 나와서 호떡은 보지도 못했다.
아무튼 절에 들어가니 짝꿍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너 불교였어?"
"아니? 그냥 기도한 건데?"
이렇게 곳곳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내가 기독교라고 해서 다른 종교를 싫어하거나 배척하지는 않지만
막상 절하고 기도하라고 하니까 죄짓는 기분이 들어하지는 못했다.
대신 나는 기도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저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비는 모습이 너무 소중해 보였다.
흔들리는 촛불을 보는데 불을 붙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낙산사를 걸으며 짝꿍이 내 기도를 했다고 말해줬다. 내가 잘되기를 빌었다고 한다.
기도를 하는데 찡한 마음이 들었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데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감사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기도드리는 짝꿍의 모습에 진심이 보였거든.
그즈음 하늘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그때부터 나는 폭풍 검색으로 속초의 순대국밥 집을 알아봤고
장터순대국에 가서 따뜻하고 푸짐한 식사를 했다.
나는 특히나 아바이 순대를 좋아해서 엄청 맛있게 먹었고
오징어순대는 버터를 입혔는지 고소한 냄새와 맛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배부르다던 우리는 또 먹었다.
짝꿍이 아주 좋아하는 술빵을 먹었다.
완두배기 잔뜩 올라갔는데 달달하니 아주 맛있었다.
40분은 기다린거 같은데 그래도 또 먹고 싶다. 평일에 가면 줄 안 서겠지?
짝꿍아 올해도 잘 부탁할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면 좋겠어.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처럼 서로에게 힘이 돼주자. 항상 고마워.